세계관

2892년 발생했던 절대절망사건.

 

세상은 재앙을 맞이했습니다. 

우리의 지구, 우리가 사는 세계가 푸르른 색들을 가졌던 사실은 기록으로 남은 글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이상기후, 수습이 진행되기도 전에 겹겹이 발생해대는 자연재해, 치사율 높은 대재앙의 역병… 환경 오염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인류를 절망으로 이끌었습니다.

절망을 버티지 못한 인류는 이 재앙, 절망 사태를 ‘절망병’이라 칭했고, 이 절망병은 인류에게도 영향을 미쳐 환경 재앙뿐만이 아닌 인간 재앙까지 불러왔습니다. 부서져가는 지구에, 늦어지는 대책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나선 사람들의 각종 테러와 폭동은 환경 재앙에 더해 세계를 절망으로 물들이기엔 충분했습니다. 절망은 우리의 삶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절망병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각국은 이 사람들을 불러모아 절망병을 해결할 세계 정부를 만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절망을 이겨내기 위한 희망을 한데 모은 것이지요.

 

그리고, 이 희망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특정한 한 분야에서 초일류의 재능을 가진 인류.
둘째, 절망병이라고 재앙에 휘말리지 않고 세계를 돕기 위해 각자의 재능을 살려 힘 쓴 사람.
셋째, 위와 같은 조건을 만족한 20세 이상의 성인.

 

이 희망들을 한데 모아 절망병을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희망의 힘을 증명하듯, 다른 이들의 생각보다 일은 빠르게 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절망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과거 우리 인류의 발자취를 찾아내었습니다.

 

이 절망사태가 일어난 것은, 먼 옛날 우리 인류의 조상이 기록해두었던 역사서에 적혀 있던 어떠한 글귀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것이지요. '절망', 그 후에 찾아올 '희망'들. 이 역사서에 우리의 미래가 예언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대 서적과 절망병에 밀접한 연관을 붙여 연구하였습니다. 절대절망사건이 빌어온 이 사태를 고대 서적으로 해결해낼 수 있으리라 믿은 것이지요. 

 

그래서 이것, 고대 서적을 기반으로 세계 정부는 절망사건을 해결하였고 그로 인해 세계가 안정에 접어들자마자 고대 희망들의 발자취를 따라잡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계속 연구하였고, 기나긴 발굴과 탐구 끝에 현재까지 발견된 고대의 흔적들은 모두 해독 및 연구 완료 상태이지요. 이러한 것들이 새로 발굴될 때마다 늘 힘쓰고 있답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약 120년 후, 우리 희망의 조상들은 고대의 예언을 모두 해독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또 다시 이런 절망 사태를 겪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요! 그러나 미래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을 거에요. … 정말요?

아니죠, 물론 고대의 희망과 지금의 희망들이 있어요. 그래서 이것을 또 연관시켜, 세계정부는 예언의 기계를 발명했습니다. 프로젝트 가이아, 우리들의 미래에 희망의 별을 띄워줄 예언의 기계.

 

이 예언의 기계에는 우리 희망들의 재능을 갈아넣었습니다. 세계정부의 원대한 계획이었죠. 희망들을 희망으로 불릴 수 있게 해준 ‘재능’을 그야말로 프로그램 소스로 변환 및 추출하여, 가이아라는 코어시스템에 주입한 거예요!

이 과정에서, 우리의 희망은 아주 많이 희생되었습니다. 어쩌면 학교 하나 정도의 전교생을 날려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도록 해요! 그건 인류를 위한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었잖아요? 대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언제나 고결하고 아름답게 포장되어 후대에 전해지는 법이 아니겠나요? 

 

그리고… 마침내.

세계는 평화를 맞이했습니다. 

가이아, 우리의 미래에 희망을.

우리는 가이아 덕분에 마침내 평화를 맞았습니다. 

무엇이든 가이아의 예언이 있으니까, 두렵지 않아요!

그렇게 몇십 년을 절망과는 거리가 먼, 희망의 요람 속에서 살아오던 와중... 

3018년, 가이아가 새로운 예언을 내렸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규모의 예언이라, 세계정부에는 한동안 비상이 걸렸죠.

가이아의 예언은 이러하였습니다… 

 

종말이 찾아온 세상에 분란이 도래할 것이다.
세상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희망을 모아 재앙을 막아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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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예언이 내려온 후로 며칠이 지났을까요.

3216년 5월 3일 현재,

 

우리는 세계의 마지막 희망, ‘종언’으로서 가이아의 앞에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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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EA

 

프로젝트 가이아. 세계정부가 만들어낸 예언의 기계. 고대의 빛을 띠는 금색 기계장치에 둘러싸인, 푸른빛을 내는 코어 보석은 꼭… 성물 같았지요. 그것은 기계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고대 신전을 떠올리게 하는 금빛과 이끼 등으로 자연친화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건 마치… … 신화 속 살아있는 생명같았습니다. 세계정부는 그러한 외형과 어울리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 신화에 나오는 태초의 신 중 한 명의 이름을 따와 이 기계에 명명하였다고 하지요.

 

이 안에는 희망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도록 해준, 희망들의 ‘재능’이 담겨있습니다. 무수한 희망이 담겨있는 탓인지, 가이아가 내리는 크고 작은 예언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다고 해요.